미니스톱 인수 가능케 한 신동빈의 '도쿄 담판'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2-02-13 15:23   수정 2022-02-13 18:09


작년 12월의 도쿄 모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카다 모토야 이온그룹 회장과 점심을 겸한 만남을 가졌다. 일본롯데의 총수이기도 한 신 회장은 이온을 비롯해 일본의 재계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환담의 주요 주제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카다 회장과의 회동은 ‘담판’ 성격이 강했다. 이온그룹의 계열사인 한국미니스톱을 롯데에 매각하기로 한 결정은 사실상 이날 결정됐다.

미니스톱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최근 2~3년 간 유통업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GS25와 CU에 이어 누가 편의점 ‘빅3’에 들어갈 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로 평가됐다. 이미트24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 이온그룹이 한국미니스톱을 매물로 내놓는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빠르게 달려들었다. 롯데측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입찰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달에도 롯데쪽에선 실사팀조차 꾸리지 않았다.



급반전이 이뤄진 건 올 초 신 회장이 귀국하면서부터다. 신 회장은 지난달 14일 VCM(사장단 회의)에서 과감한 혁신을 주문하며 롯데지주에 코리아세븐에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주일 뒤인 21일 롯데지주는 한국미니스톱을 3134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매각자문사인 삼일PwC조차 롯데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했는 지 막판까지 몰랐다”며 “이번 거래는 사실상 롯데와 이온그룹의 담판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편의점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생활 플랫폼으로서 편의점의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만 해도 편의점은 1인 가구용 신선 식품과 간병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지역의 소비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편의점 매출이 이마트 등 대형마트 매출을 앞선 것으로 집계되면서 시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미니스톱이 롯데의 품에 안기면서 이마트24는 당분간 4위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담배권’ 등으로 인해 편의점 출점이 제한돼 있어서다. 유통업계에선 롯데와 신세계의 편의점에 대한 전략 차이가 이번 인수전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만 해도 쓱닷컴, G마켓 등을 통한 e커머스와 이마트의 결합에 최우선 방점을 찍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로선 미니스톱 점주들을 설득해 간판을 이마트24로 바꾸는데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편의점 간판 갈이를 둘러싼 전쟁이 올해 엄청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의 한국미니스톱 인수가 편의점 전쟁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리아세븐으로선 대량으로 점포수를 늘릴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를 잡았고, 전라도 점포가 부족했던 점을 미니스톱 인수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는 것도 긍정 요인”이라면서도 “급하게 인수한 터라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 이후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니스톱의 2600여 개 점포 중 세븐일레븐으로 간판을 교체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거나 타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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